Landing of Columbus at the Island of Guanahaní, West Indies (1846), by John Vanderlyn/Public Domain
Landing of Columbus at the Island of Guanahaní, West Indies (1846), by John Vanderlyn/Public Domain

마르코 폴로의 아시아 여행담을 담은 ‘동방견문록’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실제 저자는 루스티켈로 다 피사라는 이탈리아 소설가죠. 마르코 폴로와 한 감옥에서 수감 생활하던 중 그의 여행담을 듣고 1300년경 책으로 써낸 게 ‘동방견문록’입니다.

동방견문록에 보면 ‘지팡구’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르코 폴로가 항해 도중 일본을 지나가면서 우연히 본 초가집을 황금으로 덮은 집으로 착각해서 ‘지팡구’라고 불렀죠. 이것이 나중에 일본을 ‘JAPAN'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팡구 전설은 유럽의 탐험가들을 자극하게 되었습니다. 말이 좋아서 탐험가지만, 실제로는 침략자들이지요. 지팡구 전설에 낚인 사람 중에 스페인의 콜럼버스가 있습니다. 1492년에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하고 인도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콜럼버스는 지구는 둥글고 동쪽으로 가면 인도가 나온다고 하니까, 특이하게 자신은 서쪽으로 돌아서 인도에 가겠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그렇게 해서 만난 아메리카를 콜럼버스는 죽을 때까지 인도라고 생각했었지요. 콜럼버스 덕분에 아메리카 원주민은 아메리키언이 아닌 인도 사람이라는 뜻으로 ‘인디언’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아메리카라는 이름은 콜럼버스 후에 1500년경 이탈리아 항해사인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1500년대의 스페인은 샤를 5세가 등극하면서 유럽의 명실상부 주인 역할을 하던 때입니다. 스페인이 유럽을 정복하면서 고용했던 용병들이 전쟁 후 실업자로 전락하자 콜럼버스가 신대륙에는 금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대륙으로 식민지 개척하러 갔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스페인어로 콘키스타도르(정복자)라고 부르는데, 그중 코르테스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코르테스는 멕시코의 베라크루즈라는 도시를 건설한 인물입니다. 베라크루즈는 ‘진짜 십자가’라는 뜻인데요. 예수님의 십자가가 조각조각 나뉘어서 세계 곳곳에 흩어졌는데 그중 하나를 발견했다고 해서 베라크루즈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가짜이겠죠. 코르테스가 처음 밟았던 땅이 유카탄반도였습니다. 지금의 멕시코 동쪽 일본처럼 생긴 열도가 쿠바이고, 그 쿠바에서 마주 보이는, 툭 튀어나온 멕시코 땅이 유카탄반도입니다. 코르테스가 1520년경 이 땅을 밟고 원주민에게 ‘여기가 어디냐?’ 물었고,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했던 원주민은 ‘예? 뭐라구요?’라는 뜻으로 ‘유카탄?’ 했는데, 코르테스가 그 말을 지명으로 알아들었던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유카탄반도의 뜻은 ‘네? 뭐라구요?’가 되는 셈이지요. 뭔 말인지 모르겠으면 ‘유카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코르테스가 유카탄반도에 들어서서 멕시코 안쪽으로 탐험하다가 아즈텍문명을 만나 아작을 냈습니다. 코르테스는 자신이 개척한 멕시코에서 금을 퍼다가 스페인 황제였던 샤를 5세에게 갖다 바쳤는데, 코르테스의 7촌 친척인 피사르가 질투하게 됩니다. 코르테스도 개척했는데 자신이라고 못할까 여겼던 피사르는 군인들을 모아서 지금의 페루로 개척을 떠납니다. 페루에는 잉카문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요. 피사르 역시 잉카문명을 파괴하고 지금의 페루를 건설했던 것입니다.

남미의 두 문명이었던 아즈텍문명과 잉카문명은 스페인의 정복자들 손에 멸망하고 말았는데요. 그 원인은 콜럼버스가 제공했고, 마르코 폴로의 지팡구 이야기가 콜럼버스를 동기부여 시켰던 것이지요. 물론 콜럼버스가 오해한 것도 있긴 하지만, 지팡구가 지금의 ‘재팬’임을 생각하면 일본은 그 옛날, 존재 그 자체로 여러 민족을 피곤하게 했던 것 같네요. 참고로 유카탄반도에 있던 마야문명은 스페인이 들어오기 전에 진작 자멸하고 없었다고 해요. 아마도 8세기경 소빙하기 탓이라는 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