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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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란 사람이 거룩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구약은 하나님이 거룩하시기 때문에 사람도 거룩해야 한다는 성화의 출발점을 명확히 선포한다.[1] 성화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에게 주신 하나님의 엄중한 명령이며[2] 하나님은 인간의 성화에 깊이 그리고 주권적으로 관여하신다.[3]

신약은 구약이 가르치는 성화의 명령을 흔들림 없이 이어간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온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온전하라고 명령하시는 한편,[4] 하나님께서 진리로 이 사람들을 거룩하게(ἁγίασον) 만들어 달라고 기도하신다.[5] 베드로는 구약에 기록된 성화의 명령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분명히 한다.[6] 바울에게 있어서 성화(ἁγιασμὸς) 하나님의 뜻이다.[7] 심지어 히브리서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도의 거룩하심이(ἡγιασμένοι) 이미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8]

성화는 구원의 다음 단계인 것과, 그리스도인은 이 과정에 어떤 모양으로든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성화는 간단한 개념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빌립보서 3장을 보면 바울도 성화에 대하여 하나의 확고한 의견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유연한 이야기를 한다. 본인도 아직 온전히 이루지 못했기에 푯대를 향하여 달려간다는 표현,[9] 그러면서도 “우리 온전히 이룬 자”라는 표현,[10] 그리고 “우리가 어디까지 이르렀든지…”라는 표현을[11] 통해 성화라는 것을 설명하기가 만만치 않음을 나타내어 준다.

한 교단 안에도 다양한 신학과 성화에 대한 논의들이 존재한다. 루터교단 안에도 고백교회와 복음주의와 진보주의와 오순절주의가 있으며, 개혁교단 안에도 다양한 신학적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다. 영국 성공회는 개혁주의와 웨슬리주의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으며 앵글로-가톨릭(Anglo-Catholic) 전통과 은사주의 성공회(Charismatic Anglican) 전통도 존재한다. 침례교회는 칼뱅주의 침례교회와 아르미니우스주의 침례교회가 있고, 감리교회나 오순절주의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성화에 대한 견해는 교단의 숫자를 넘어서 신학자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지난 2000년의 교회 역사 속에서 이 성화의 개념을 누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캐리커처의 형식으로 살펴볼 것이다. 신학적 깊이와 수사적 화려함 속에 빠져 감상하기보다는 교회 역사의 흐름 속에서 빠른 속도로 최대한 큰 그림을 보고자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성화에 대한 성경적 해석의 역사적 해석의 학문적 해석의 목회적 해석을” 소개하는 일을 하기보다는 역사가 보여주는 것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해석의 여지는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12]

이어지는 글 차례 
1. 하나님을 본받음 또는 성품에 참여함_테오시스
2. 완전을 향한 겸손_수도원운동
3. 성화는 칭의에 익숙해지는 것이다_마르틴 루터
4. 성화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다_장 칼뱅
5. 교회가 성화를 돕는다: 성공회
6. 성화에도 목표가 있다: 존 웨슬리


[1]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레위기 11:45)

[2] 너는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라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 (레위기 19:2)

[3] 너희는 내 규례를 지켜 행하라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이니라. (레위기 20:8)

[4] 맑은 물을 너희에게 뿌려서 너희로 정결하게 하되 곧 너희 모든 더러운 것에서와 모든 우상 숭배에서 너희를 정결하게 할 것이며. (에스겔 36:25)

[5]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τέλειός)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τέλειοι).” (마태복음 5:48) 구약의 거룩함이 온전함(τέλειός)으로 표현되었음을 주의하라.

[6]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이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되었으되 내가 거룩하니(holy, ἅγιος) 너희도 거룩할지어다(holy, ἅγιοι) 하셨느니라.” (베드로전서 1:15-16)

[7] 데살로니가전서 4:3고린도전서 1:30데살로니가전서 5:23로마서 12:1-2에베소서 4:22-23

[8] 이 뜻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 (히브리서 10:10)

[9]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빌립보서 3:12)

[10] 그러므로 누구든지 우리 온전히 이룬 자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니 만일 어떤 일에 너희가 달리 생각하면 하나님이 이것도 너희에게 나타내시리라. (빌립보서 3:15)

[11] 오직 우리가 어디까지 이르렀든지 그대로 행할 것이라. (빌립보서 3:16)

[12] 물론 역사적 자료의 어떤 부분을 소개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은 나도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