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by Hudson/Unsplash
Debby Hudson/Unsplash

존 카시아누스는 디모데전서 2:1에 나타난 네 종류의 기도, 즉 간구, 기도, 도고, 감사를 의미 있게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간구는 죄와 과거의 악행을 탄원하고 용서를 구하는 기도이다. 기도는 하나님께 서원하는 기도를 의미한다. 특히 악을 멀리하고 선을 사랑하겠다고 서원하는 기도이다. 도고는 다른 사람과 사회, 그리고 인류 평화를 위한 중보기도를 의미한다. 감사는 과거의 혜택이나 지금의 유익을 생각하며 하나님을 바라보며 감사하는 기도이다. 그는 네 종류의 기도 가운데 감사가 최고의 기도라고 했다(Bernard McGinn, The Foundation of Mysticism, 223). 최고의 기도는 감사일뿐 아니라 진정한 기도는 감사와 분리될 수 없다.

특히 감사와 기도의 관계는 빌립보서에 잘 드러나 있다. 빌립보 교회는 바울이 2차 전도 여행 중이었던 49년경에 설립한 유럽 최초의 교회였다. 바울이 빌립보 교회를 세울 때 빌립보 시민들은 매우 큰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도시 사람들은 당시 문화를 지배하고 있었던 헬라 역사를 지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로마 시민권의 특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립보 교회는 건강한 교회는 아니었다. 교회 안에는 서로 불신이 있었고, 서로 다투는 부녀들이 있었다. 게다가 바울은 빌립보에서 두 가지의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었다. 하나는 바울은 빌립보서를 기록할 때 자유로운 몸이 아니었다. 그의 몸은 매여 있는 상태였다. 그는 네 차례나 투옥되었다. 다른 하나는 감옥보다 더 큰 고통이 그에게 있었다. 어떤 이들은 바울의 전도를 시기하였고(빌 1:15), 어떤 이들은 바울의 권면을 대적하였으며(1:28), 어떤 이들은 바울의 신앙을 멸시하였고(3:2, 4), 어떤 이들은 바울의 복음에 원수가 되었다(3:18-19).

바울은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빌립보 교회 성도들을 위해 빌립보서를 기록했다. 바울은 빌립보서 1장 1절과 2절의 인사 후에 바로 “나의 하나님께 감사하노라”(빌 1:3)라고 말한다. 바울의 감사를 보면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그의 감사에는 간구가 동반된다는 사실이다. 빌립보서 1장 3절의 감사와 4절의 기도의 표현은 분리되지 않고 동반된다. 바울은 그가 처한 환경보다 자신과 빌립보 교회를 통해 선한 일을 이루실 하나님을 바라보며 감사하며 기도했다. 그는 “내가 너희를 생각할 때마다 나의 하나님께 감사하며 간구할 때마다 너희 무리를 위하여 기쁨으로 항상 간구”(빌 1:3-4)한다고 했다. 바울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너희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빌 1:6)고 고백했다. 바울에게 기도의 다른 이름은 감사이기도 했다. 그에게 감사와 기도는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이러한 특징은 사도 바울의 신앙에서 자주 나타난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7-18).

우리는 바울을 통해 기도란 곧 환경을 바라보는 삶에서 하나님을 바라보는 훈련임을 배우게 된다. 바울은 고통스러운 상황 가운데서 환경보다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삶이 훈련된 사람이었다. 그는 빌립보서에서 ‘나의 하나님’에 대한 고백에서 시작하여(빌 1:3), ‘나의 하나님’에 대한 고백으로 빌립보서를 마친다(빌 4:19). 그는 그가 처한 환경보다 큰 사람, 고통보다 큰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기도는 환경보다 큰 사람으로 우리를 양육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바로 기도의 힘이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기도는 우리를 감사의 사람으로 양육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다.” 우리는 행복한 상황 때문에 행복하기보다는 감사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행복한 상황에서는 쉽게 감사할 수 있다. 이런 감사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감사 지수도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범사에 감사하는 삶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범사에 감사하는 사람은 여러 차원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더 경험하게 된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로버트 에먼스 교수와 마이클 메컬로프 교수는 감사가 사람의 몸과 정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실험을 했다. 사람들을 선정하여 세 그룹으로 나누어 일주일 동안 관찰하였다. A그룹은 기분 나쁜 말과 행동에 집중하게 하고, B그룹은 감사를 드러내는 말과 행동에 집중하게 하고, C그룹은 일상적인 말과 행동에 집중하도록 했다. 그 결과, B그룹의 사람들이 행복감을 가장 많이 느꼈고,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심지어 두통이나 감기를 앓는 사람도 없었고 활동 지수도 매우 높게 나왔다.

그 밖에도 두 교수가 1년에 걸쳐 진행한 감사에 대한 심층 분석에 따르면, 감사의 언행을 연습하는 사람들은 질투를 느끼거나 좌절을 겪는 일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울러 감사하는 사람들은 이웃을 돕고 배려하는 데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족관계도 좋아지고 신앙심도 더욱 깊어졌다. 감사의 삶이 생활화된 사람은 감사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10년을 더 장수한다는 것은 의학 분야에서도 검증된 사실이다.

감사의 마음은 기도하는 사람의 가장 소중한 특징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세이다. 하여 바울은 감사가 수반된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 4:4-6). 베네딕트 수도사인 데이비드 슈타인들 라스트는 “감사는 우리 안에 있는 성삼위 하나님을 경험하는 한 가지 방식이다”라고 했다(David Steindle-Rast, Gratefulness: The Heart of Prayer, 89).

우리가 감사를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모든 것이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선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 자체가 은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가 인식할 때 비로소 하나님께 참된 기도를 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감사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인식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이다. 감사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가진 것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고 새로운 것을 인식하게 한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죄악은 감사를 잃어버린 것이다.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은 감사를 잃어버린 인간 존재의 깊은 심성을 치유하시는 능력이 된다. 감사를 배우는 것은 내적 여정을 치유하는 것이며,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러므로 감사가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되고 만물을 지으시고 참으로 놀라운 방법으로 그것들을 구속하시고 양육하시는 하나님 안에서 그것을 드려야 할 온전한 대상을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그러한 감사의 언어들을 통해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가 마땅히 어떠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우리는 감사 자체가 최고의 기도일 뿐 아니라 기도는 감사를 낳는 어머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 감사가 깊어질 때 기도도 깊어지고 충만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