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사실, 인구 고령화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성경은 장수를 대표적인 복으로 말씀하고 있으니, 초고령화 자체를 부정적 문제로 여길 수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반대로 안일하게 여겨서도 안 된다. 교회 내에서도 노령 인구의 비율과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이 신앙 전수와 사역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가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노년 본연의 정체성에 주목하고 부여된 사명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성경은 노인을 복 있는 자로 묘사한다. 특히 구약성경에서는 노년을 율법과 계명을 준수한 자에게 주어지는 장수의 축복과 연결 짓는다. 하나님께서 계명을 지키는 자들에게 장수와 땅의 축복을 약속하셨다. 부모를 공경하는 자에게 장수의 복이 주어지고(출 20:12),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사는 자는 생명의 날이 길 것이며(신 5:33), 공정하게 일하는 자는 오래 살 것이며(신 25:15), 말씀에 순종하는 자는 장수의 은혜를 누린다(잠 4:10). 신약성경에서 노인은 공동체 안에서 존경과 명예를 받는 존재로서 나타난다. ’늙은 남자’를 뜻하는 프레스비테스(Presbytes)는 프레스비테로스(Presbyteros, 장로)로 연결된다. 이는 회당이나 교회에서 공동체의 지도자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연장자가 공동체 내에서 권위와 지도력을 가진 존재임을 뜻한다. 이처럼 성경은 노인을 하나님의 계명에 순종한 자로서 장수의 복을 누리며 명예와 존경을 받는 특별한 지위의 존재로 인정하고 있다(레 19:32). 이는 노인을 단순히 보호해야 하는 약자 이상으로, 존중받고 부여된 고유의 역할을 감당할 존엄한 존재로 봐야 함을 시사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기초한 존재,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창1:27). 하나님의 형상이란 하나님의 복과 은혜가 부여된 존재다. 그러므로 사람은 나이를 먹어 육체의 기능이 저하되어도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가치 있는 존재며, 하나님을 세상에 반영하는 존엄한 존재로 인정받아야 한다. 노인을 공경하는 것이 곧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맞닿아 있으며, 하나님께서 세우신 질서에 순응하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노인은 단순히 신체적 노화로 인해 약화된 존재가 아니다. 삶의 지혜와 경험을 통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감당함으로 공동체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구성원이다.
성경은 노인을 단순히 생의 마지막에 다다른 소외된 존재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공동체 안에서 여전히 중요한 사명을 맡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들은 ”늙어서도 여전히 열매를 맺으며, 진액이 넘치고, 항상 푸르를 것이다“(시 92:14). 이 말씀은 노년이 결코 소극적인 시기가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고 열매를 맺는 능동적인 시기임을 시사한다. 또한 그들은 “꿈을 꾼다”(욜 2:28). 이는 노인이 하나님의 계획에 참여하며 비전을 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노인은 교회, 가정, 사회의 공동체 안에서 본이 되는 사람이다. 나이와 경험을 통해 후손들에게 신앙을 전수하며, 축복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그때 노인의 삶은 하나님의 언약 안에서 특별한 목적을 가진 존재로서 의미를 지닌다. 노년은 단순한 생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사명이 지속되는 시기다. 그 사명은 먼저 받은 복을 삶으로, 화평으로 증언하는 일이다.
교회 공동체는 특정 세대, 특별한 전문가 집단이 아니다.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세워 가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이때, 세대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노인의 지혜다. 교회는 기억을 통해 이전 세대와 지금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를 연결하는 공동체라고 할 때, 노인들의 지혜로 세대 간의 우정이 발현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노인은 기억을 공유하며 세대 간의 우정을 형성하는 지혜를 제공한다. 이 지혜는 교회를 참된 가족 공동체로 형성하고 하나 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노인은 단순히 보호만 필요한 약자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축복의 통로로서 기능하는 화해의 사역자다. 그 삶으로 하나님의 평화를 증언하며, 다음 세대가 본받도록 격려하는 것, 그것이 의의 열매를 거두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노인이 감당할 중요한 사명이다(약 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