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금은 유후시대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머지않아 초고령사회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인생의 절반은 ‘은퇴 이후’에 펼쳐지며, 이 시기는 더 이상 ‘여생’이 아닌 ‘또 다른 생애’가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교회의 사명은 무엇일까요?
신앙의 공동체가 함께 늙어가는 성도들의 삶을 축소시키지 않고, 확장된 가능성의 지형으로 안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은 유후시대>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탐색입니다.
은퇴 이후에도 빛나는 삶, 교회가 동행해야 할 시간입니다.
01
‘유후시대’가 뭐야?
요즘 젊은이들이 하도 많은 단어들을 창조하다 보니 낯선 단어들과의 만남이 이젠 익숙해졌는데도 여전히 불편하시지요?
저도 새로운 단어 하나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알고 나면 실망하실 테지만, ‘유후시대’는 ‘60대 이후 세대들의 새로운 삶’을 줄여 본 말입니다.
육십 이후 > 육후 > 유후, 뭐 이런 거죠, 호호.
‘유후~’라는 감탄사는 새로운 발견 또는 놀라운 발견을 대할 때 터뜨리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60대 이후, 곧 은퇴 이후의 시간은 알고 보면 우리에게 새로 발견한 신대륙 같은 영토이며, 어떻게 이 시기를 맞아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이전에 깨닫지 못한 놀라운 삶이 펼쳐질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영문으로는 어떻게 쓸까, 생각하다 ‘U-HOO!’ 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당신은 정말이지 놀라워!’ 또는 ‘넌 멋진 사람이야!’ ‘모든 게 새로워!’ 그런 의미를 담은 단어처럼 들리거든요.
02
‘U-HOO시대!’는 배우고, 일하고, 즐기는 때입니다.
배움은 20세 이전에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 잘못입니다.
일은 은퇴와 함께 끝났다는 생각도 잘못입니다.
‘지금부터는 오직 즐기는 시간이야, 그게 노후야.’ 이리 생각해도 잘못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를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예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공식 같은 생애 스케줄로부터 풀려나야 합니다.
배우지 않으면 공존할 수 없습니다.
하여 우리는 다시 학교에 다녀야 합니다. (학교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여기서 무게를 두고 이야기하려는 건 ‘일하는 U-HOO시대’입니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타인을 섬기며,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이롭게 함으로써 우리의 존재 보람을 찾고, 비로소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야말로 ‘진짜 노동’입니다.
은퇴 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내가 소속한 기업이 요구하는 일을 하였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일해야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월급의 노예가 아니라 내가 흘리는 땀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창직'[1]입니다.
03
현실은 미궁 같습니다.
주변의 선배들이 은퇴한 순간부터 서서히 늙어 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들은 은퇴 후 얼마 동안 “열심히 일한 나 자신에게 지금부터는 쉼이 있는 노후가 주어졌으니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며 기대에 북받쳐 골프를 즐기고 등산을 다니다가, 3년이 안 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흐느적거렸습니다.
열에 아홉은 그런 결론에 도달하였는데, 함께 모이면 은퇴 후에도 일하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눈치였고, 마침내 아파트 경비원이나 배달 알바 같은 흔한 일자리에 대하여 언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도 그들이 한때 누구보다 빛나는 경영인이었고, 피디였으며, 숙련된 엔지니어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몇 년 사이 세상은 변하였고, 어느새 평균수명은 100세 시대로 향하였으며, 저출생 고령화사회의 현상이 뚜렷하였습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문명이 세상을 이끌어가고, 그들이 건설한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듯 보였습니다.
그제야 ‘60세’라는 은퇴 연령의 허상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설득력 있는 어떤 근거도 갖지 못한 ‘60세 은퇴 라인’이 마치 ‘일이 있는 현장’으로부터 우리들을 소외시키는 ‘선’이 되어 왔다는 사실이 이해할 수도 없거니와 생각할수록 어이없어 급기야 이 ‘허상’을 어떻게든 지워버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은퇴 이후에도 일하는 삶을 지향하며 그 나름의 방안들을 강구해 온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 국내에서 이런저런 플랫폼을 만들기도 하였고, 그 플랫폼의 도움을 받아 ‘행복한 일’을 해온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의 성공스토리가 여기저기 존재하였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의 기업구조는 그들에게 매우 유용한 방식이었고, 이런 좋은 기업들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U-HOO시대를 살아가는 분들이 ‘지금은 유후시대’의 게스트입니다.
그들과의 만남으로써 우리의 U-HOO시대를 설계하려고 합니다.
04
우리에게 U-HOO시대를 살아가는 분들을 소개해주 십시오.
그분들 한 분 한 분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U-HOO시대로 나아가는 유용한 방식이 될 것입니다.
그분들이 먼저 걸어간 길을 추적하다 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기독교 정신으로 그 길을 가는 이들이라면 그 길은 곧 우리 교회 안의 수많은 은퇴자 성도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자, 이제 우리의 U-HOO시대를 만들기 위해 출발!
[1] 은퇴 후 치킨집 여는 것은 창업(創業)이 아닌 개업(開業)이다. 한마디로 ‘레드 오션(Red Ocean)’이다. 고경력자들인 시니어들이 해야 할 일은 개업이 아닌 창업이다. 더 나아가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創職)’이어야 한다. 이야말로 진정한 ‘블루 오션(Blue Ocean)’이다. (송길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