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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1950.9.23-2023.5.19)

팀 켈러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어떻게 다시 서구를 복음화할 수 있을지를 논하는 책에서, 우리의 변화된 성품이야말로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기독교의 독특성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1] 그리고 그렇게 성품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성품의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두 가지 모델은 제시한다.

• 과거의 영웅들과 본보기들. 도덕적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단지 사상만이 아니라, 허구든 실존이든 영웅과 본보기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작가, 예술가, 영화 제작자 등은 선과 악의 현실성과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덕적 진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 지역 사회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적 모델들. 도덕적 생태계는 또한 지역 사회 안에서 도덕적 규범을 매력적인 방식으로 구현해 내는 실제 인물들의 삶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인물들은 그 공동체 안에서 그 가치들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는 도덕적 본보기로 작용한다.[2]

나는 팀 켈러가 그 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팀 켈러 본인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찬가를 부르려는 것이 아니라, 한 설교와 목회가 포스트모던의 어떤 경향과 맞았기에 이렇게 거대한 열매를 맺었는지를 고민해 보려고 한다.

오크힐 신학교에서 문화와 종교, 공공신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대니얼 스트레인지(Daniel Strange)는 센터처치의 '상황화' 부분에 대한 논평에서 아주 흥미로운 작업을 하나 한다. 도시와 문화를 기가 막히게 상황화하는 팀 켈러 자신을 상황화하는 것이다. 그는 ‘티모시 켈러 상황화하기(Contextualizing Timothy Keller)’라고 소제목을 붙인 장에서 이러한 말을 한다.

켈러는 그리스도인이 타당성, 설득력, 그리고 (성품에 있어서) 매력을 지녀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말하고 글을 씁니다. 그런데 바로 팀 켈러 자신이 그런 사람으로 보입니다. 곧 그야말로 이성적으로 타당하고,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으며, 인격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그의 (신체적 특성 포함한) 인간적인 성품이 그의 가르침을 보완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켈러의 이러한 자질을 하나님의 은혜로운 섭리로 이해하며 감사함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켈러 역시 바로 그 은혜에 힘입어 오늘도 사역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복음의 타당성과 설교자의 매력을 강조하는 그의 접근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타당성과 매력에 대한 강조가 복음이 본질적으로 지니는 ‘십자가의 걸림돌’ 혹은 ‘어리석음’이라는 성격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특히 켈러가 사역하는 문화권 안에서 사람들이 그의 인격적 매력에 쉽게 끌리는 모습은, 이러한 불편함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러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깊은 자각을 지닌 인물로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외적 이미지나 명성을 지나치게 관리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지지 않을 만큼 분별력이 있으며, 신학적으로, 회심과 중생은 성령의 주권적인 역사에 달려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교회사의 흐름과 선례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사역의 한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팀 켈러 개인의 영향력과 역할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그를 우상화하거나 신격화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3]

팀 켈러를 추모하는 정말 많은 글들이 그의 좋은 성품을 말해주고 있지만, 단순히 칭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상대화하여 생각한다는 측면에서 대니얼 스트레인지는 우리에게 좋은 통찰을 던져주고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팀 켈러가 이렇게 했다. 그러니 우리도 이렇게 하면 될 것이다”라고 누군가 생각한다면, “당신이 똑같이 하더라도, 당신은 팀 켈러가 아니다. 그의 성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당신은 상황화되어 있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팀 켈러의 설교를 똑같이 따라한다고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건 누구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역에서 성품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는 팀 켈러 본인도 했던 말이다. 그는 엄청난 은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성품이 은사를 강력하게 보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튼실한 영적 성품, 즉 은혜의 작용이 변변찮은 은사의 빈자리를 채워 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독교 사역자는 설교, 목양/상담, 지도라는 세 가지 기본적인 역할 내지 기능을 수행한다. 이 세 영역에 골고루 은사를 받은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모두를 수행해야 한다. 능력 있는 장기(long-term) 사역의 관건은, 우리가 가진 기량 안의 ‘은사가 결핍된 영역’을 어떻게 우리가 가진 품성 안의 강력한 은혜의 작용으로 보완하느냐에 달려 있다. 리더십에 관한 자료들은 우리의 약점, 즉 우리의 은사가 결핍된 영역을 잘 파악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는 은사를 가진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아서 팀을 꾸리라고 조언한다. 물론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분명히 지혜로운 처사일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은사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경건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는 한, 은사가 결핍된 영역이 우리를 잠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뜻인가?

예를 들어 대중 연설의 은사가 부족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경건하다면, 그의 지혜와 사랑과 용기가 그를 매력적인 설교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목양이나 상담의 은사가 부족할 수 있는데(예를 들어 너무 내성적이거나 수줍어하는 성격), 이 경우도 그 사람이 경건하다면, 그의 지혜와 사랑과 용기가 그에게 사람들을 위로하고 손잡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선물해 줄 것이다. 리더십의 은사가 부족한 경우에도(예를 들어 무언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성품상 너무 조심스러운 스타일), 그 사람이 경건하다면 그의 지혜와 사랑과 용기로 인해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따르게 될 것이다.[4]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그의 사역 기술뿐만 아니라 그 개인의 경건과 성품을 동시에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스캇 솔즈가 팀 켈러를 통해 배웠다고 말하는 바로 그 내용을 배울 필요가 있다.

10여 년 전, 저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설교자이자 선구적인 지도자 중 한 명과 함께 사역하고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사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다른 몇 명과 함께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로버트 머리 맥체인이 목사가 성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던 바로 그것을, 즉 자신의 경건(holiness)을 그가 저와 우리 모두에게 주었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팀의 삶은 불완전함을 뛰어넘는 진실성, 은사를 뛰어넘는 성품, 실용주의를 뛰어넘는 기도하는 마음, 개인적인 야망을 뛰어넘는 이타성, 개인적인 편안함을 뛰어넘는 관대함, (심지어 뛰어난) 영향력을 뛰어넘는 겸손이라는 주목할 만한 예를 보여주었습니다.[5]

이는 한 편으로는 절망적인 이야기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희망적인 이야기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팀 켈러의 설교와 글을 접하면서 절망을 많이 느꼈다. 그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기 어려울 것만 같은 은사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희망을 느꼈는데, 그가 가진 경건과 성품을 따를 때 지혜와 사랑과 용기를 통해 나의 한계를 넉넉하게 극복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1] Tim Keller, How to Reach the West Again: Six Essential Elements of a Missionary Encounter (New York: Redeemer City to City, 2020), p. 39.

[2] 위의 책, p. 42.

[3] Daniel Strange, “Reflections on Gospel Contextualization,” in Loving the City: Doing Balanced, Gospel-Centered Ministry in Your City, Center Church (Grand Rapids, MI: Zondervan, 2016), pp. 91–92.

[4] 팀 켈러, 설교 (서울: 두란노, 2016), pp. 261-262.

[5] Scott Sauls, “A Personal Tribute to Tim Keller,” corechristianity.com

 

이 글은 팀 켈러 2주긴 기념 포럼 <팀 켈러가 사랑한 한국 교회, 한국 교회가 사랑한 팀 켈러>에서 발표할 예정인 이정규 목사의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복음 전하기: 팀 켈러의 성품에 관련하여”의 도입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