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zal Abdul Aziz/Unsplash
Rizal Abdul Aziz/Unsplash

[사진 설명]

이 사진은 폭포를 배경으로 한 자연 풍경 사진입니다.

사진 중앙에는 높은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하얀 폭포가 세차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폭포 아래에는 물줄기가 바위들 사이로 흐르며 작은 연못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경에는 바위 위에 서서 두 팔을 벌린 사람이 작게 보이며, 웅장한 자연 앞에서 감탄하거나 환영하는 듯한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은 짙은 녹색의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위쪽 일부에는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나뭇잎이 보입니다.

[사진 끝] 

 

2016년, 처음으로 팀 켈러 목사님의 센터처치를 접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때까지 저는 “무슨무슨 처치”로 끝나는 책 제목만 봐도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졌습니다. 대부분의 책이 교회 성장을 강조하며, 마치 미자립 교회 목회자가 게으르기 때문에 부흥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전하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지역 목사님들과의 독서 모임에서 센터처치를 함께 읽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도 사실은 마음 내키지 않았습니다. ‘이 책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자’는 마음으로 억지로 책을 펼쳤지만, 초반부터 “성공도, 충성도 아닌, 열매다”라는 문장을 마주했을 때, 제 안의 어떤 돌덩이가 조용히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삶 전체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교회를 개척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자립하지 못한 채, 교회 월세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치매로 요양병원에 계셨고, 조카는 백혈병, 큰 조카는 자궁암으로 투병 중이었습니다. 제 딸은 장애를 안고 태어나 매일 치료실을 다녀야 했습니다. 하루하루가 버거웠고,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밤, 차를 바닷가에 세우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도 납니다.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센터처치 는 단순한 책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다시 붙잡으시는 도구였고, 숨 쉬기를 버거웠던 제 삶을 복음을 통해 치유해 주시는 통로였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여전히 기억하고 계시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목회자로서의 사명을 다시 들려주셨습니다.

그전까지 제 목회의 중심은 “주님을 따라 죽자”였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희생하며, 소멸되듯 순교하며 살아가는 것이 거룩이라 여겼습니다. 설교도 그렇게 했습니다. 너무 결연해서, 듣는 이조차 숨이 막히는 설교였지요. 제 아내는 어느 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멘 하기가 두려워.”

그러다 팀 켈러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그의 글은 통해 복음을 다시 이해했고 복음 앞에 삶을 재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은혜는 제게 억지로 끌어올려야 하는 감정이나 각오가 아니라 이미 부어진 선물이었습니다. 헌신은 고통스러운 결심이 아니라 기쁨의 반응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제 설교는 바뀌었습니다. 부담이 아닌 초대가 되었고, 회개는 두려움이 아니라 소망이 되었습니다. 복음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위로였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제 아내에게서 일어났습니다. 조용히 듣기만 하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제 설교에 가장 큰 아멘으로 화답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정 안에 은혜가 흐르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팀 켈러 목사님의 책이 하나씩 번역되어 출판될 때마다 그 다음 책이 나올 때까지 열심히 읽었습니다. 40여 권이 넘는 책을 모두 읽었고, 어떤 책은 열 번도 넘게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저를 ‘전 켈러’라고 부르기까지 했습니다. 팀 켈러의 책이 빼곡한 제 서재를 본 한 목사님은 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전 목사님, 혹시 팀 켈러 논문 쓰세요?”

그렇게 책을 읽기만 하던 제가 어느 순간부터는 목사님들 앞에서 팀 켈러에 대해 강의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 놀라운 일입니다. 사실, 제게 그런 자리는 전혀 상상해 본 적조차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릴 적엔 부흥사가 되어 해외에 나가 설교하는 것을 꿈꾸기도 했고, 청소년과 청년 사역을 동경하기도 했으며, 신학생들에게 강의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천 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 말씀을 전하고 싶었고, 부흥집회를 인도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것은 실제로 이루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목사님들 앞에서 강의하는 일은 상상해 본 적조차 없었습니다.

그 일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자리에서 늘 고백합니다. “하나님, 저는 꿈꿔본 적도 없는 이 일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은혜의 시작점이 팀 켈러였기에, 저에게 그는 단순한 저자 이상의 존재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팀 켈러 목사님의 책이 너무 방대하다는 점입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팀 켈러를 읽고 싶어 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팀 켈러의 복음과 신학을 정리해 주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으로 고상섭 목사님, 박두진 목사님과 함께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를 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팀 켈러의 책은 계속 출간되었고, 그의 유산을 어떻게든 정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콜린 핸슨이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를 통해 팀 켈러 목사님의 삶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맷 스매서스트가 팀 켈러의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하여라는 책을 펴내며, 그의 사역 전반에 대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정리를 시도했습니다.

맷 스매서스트는 The Gospel Coalition의 편집장이었으며, 현재는 리치먼드 버지니아에 있는 River City Baptist Church에서 목회하고 있는 설교자입니다. 그는 오랜 기간 팀 켈러의 자료를 연구하며, 그의 사상과 가르침을 정리하는 데 힘써 왔습니다.

팀 켈러의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하여는 여덟 장에 걸쳐 예수 그리스도, 죄, 복음적 삶, 우정, 일과 소명, 정의와 자비, 기도, 고통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 장은 실제 삶과 밀접한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설교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료입니다. 특히 이 책은 켈러의 핵심 사상을 ‘복음의 실제 적용’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해 주고 있어서, 방대한 저작들을 일일이 읽기 어려운 목회자들에게 큰 유익이 됩니다.

저 역시 강의를 준비하면서 팀 켈러의 수많은 책을 일일이 소개하기 보다는, 이 책 한 권으로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되어 큰 감사를 느꼈습니다. 마치 제가 하고 싶었지만 감히 정리하지 못했던 일을 누군가가 대신 완성해 준 느낌입니다.

물론 이 책에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켈러의 가장 탁월한 면모 중 하나였던 변증가로서의 깊이, 그리고 설교자와 교수로서의 신학적 통찰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측면은 여전히 추가적인 연구와 저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켈러의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하여는 팀 켈러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그를 깊이 연구하고 싶은 목회자에게도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팀 켈러는 하나의 면으로 정의할 수 없는 사역자입니다. 다면적인 보석처럼,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발합니다.  팀 켈러의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하여는 그 중에서도 특별히 목회자로서의 삶을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이 복음을 삶 속에서 실제로 살아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