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let Asilbekov/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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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38간의 선교 사역을 마치고 돌아온 레슬리 뉴비긴이 목도한 영국의 기독교 상황은 암울했다. 자신을 선교사로 파송한 영국이 오히려 선교를 받아야 할 세속적인 국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단지 세속적인 국가가 아니라 힌두교와 무슬림들이 급증하는 이교도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었다. 뉴비긴은 ‘한때 기독교 국가였던 서구 사회가 복음과 다시 대면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를 고민하며, 교회와 기독교 신앙의 선교적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를 던졌다. 이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선교적 교회 운동의 단초가 되었다.

뉴비긴이 마지막으로 눈을 감던 1998년에도 영국 교회는 쇠퇴 일로에 있었다. 매년 수백 개의 교회가 술집으로 전락한다는 소식이 최근까지도 전해졌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영국 성서공회가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1만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월 1회 이상 교회 출석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018년 8퍼센트에서 24년에는 12퍼센트로 늘었다. 이러한 성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난다. 18세에서 24세까지의 소위 Z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의 교회 출석률은 2018년의 4퍼센트에서 2024년에는 16퍼센트로 급증하였다. 25세에서 34세까지의 연령대에서도 교회 출석률은 4퍼센트에서 13퍼센트로 큰 폭의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45세에서 54세의 연령대는 6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55세에서 64세의 연령대는 10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소폭 하락하였다.

영국 교회의 성장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인은 이민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교단인 성공회 신자의 출석률은 줄어들었지만, 오순절과 정교회 계열의 교회들에서 출석률이 크게 늘었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에 속하지 않은 아프리카와 동유럽 국가의 이민자들이 증가하면서 교회 지형에 변동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전부터 오순절과 은사적 신앙은 영국에서 활발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영국 성공회 내에서도 알파코스로 유명한 HTB(Holy Trinity Brompton) 교회와 같이 성령 운동과 은사 체험에 열려 있는 교회들이 성장해 왔다. 호주에 기반을 두고 찬양 사역으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는 힐송(Hillsong) 교회 역시 오순절 교단에 속해 있으며, 런던에 있는 힐송 교회는 성도수가 1만 명에 육박한다. 가장 두드러진 오순절 교회의 성장은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2005년 이후 영국 전역에 1,000개가 넘는 흑인들이 다수로 된 오순절 교회들이 세워지고 있다. 루마니아, 러시아, 아르메니아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증가하면서 정교회도 영국 내에서 성장하고 있다. 정교회는 오순절과 은사 중심 교회와의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고유의 전통과 예식을 유지하면서도 영국 사회에 적응하며 신앙 공동체를 형성한다. 오순절과 정교회는 기존 영국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신앙 공동체를 확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다문화 현상은 앞으로 종교 지형의 변화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요인은 젊은 세대의 종교성이다. 이번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는 교회 출석률에서뿐 아니라 신앙 활동에서도 기성세대보다 더욱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8-24세의 젊은이들 가운데 정기적인 기도나 성경을 읽는 등의 영적 실천을 하는 비율은 기성세대보다 더욱 높게 나왔다. 교회에 출석하는 이민자 공동체에서도 젊은 층의 비율이 높다. 전체 교회 출석자 중 이민자를 포함한 비백인 인구는 19퍼센트였지만, 18세-54세의 인구 중에서는 32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와 이민자 중심의 신앙 회복 현상은 유럽의 다른 지역과 미국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성인 세례가 전년 대비 21퍼센트 증가했으며, 독일에서는 예수를 경험하고 믿음을 나누는 ‘Christival’과 같은 청소년 중심의 대규모 신앙 행사가 매년 활발히 열린다. 미국에서는 2023년 2월 켄터키 주 애즈베리 대학교에서 시작된 예배가 수 주간 이어지며 수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부흥 현상으로 발전하여 한국 교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최근 미국의 바나(Barna) 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예수께 인격적으로 헌신했다는 이들의 수가 2021년의 54퍼센트에서 2025년에는 66퍼센트로 뛰었다. 이 조사에서도 기성세대보다 MZ세대가 예수께 대한 헌신의 전체 비율을 웃돈다. 특히 MZ세대 남성들이 가장 높은 신앙 헌신율를 보인다. 영국 조사에서도 젊은 남성 쪽에서 교회 출석자 비율이 높았다.

이와 같은 뜻밖의 통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도 영국 성공회와 가톨릭이 교단 차원에서 보고한 결과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2023년에 성공회 교단에서 보고한 교회 출석자 수는 전년도의 11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줄었고, 가톨릭의 경우에는 2019년의 70만 명에서 2023년에는 55만 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즉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성공회와 가톨릭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수가 뚜렷하게 늘었다는 통계가 나온 반면에, 교단의 보고에서는 오히려 출석자 수가 소폭 감소했다. 일반 통계와 보고가 다르다는 것은 이번에 나온 성장의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함을 의미한다. 어쩌면 이러한 차이가 통계 조사에서 온라인 출석자를 포함했기 때문일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전체적으로 주로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여하는 풍토가 자리잡혀왔고,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온라인 예배에 더욱 친화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독교 신앙이 퇴색되어 가던 곳에서 사람들이 다시 교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성서공회의 보고서에서 왜 사람들이 교회를 찾는지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볼 수 있다(위의 영국 성서공회 웹사이트에서 이번 조사의 보고서를 내려받을 수 있다).

첫째, 교회는 삶에 만족감을 주는 곳이다. 교회 출석자의 71퍼센트는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75퍼센트는 인생에 ‘실질적인 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불안감과 우울감이 줄어드는 효과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으로 인해서 자신의 삶이 나아지고 만족을 경험하는 그 자체가 교회 밖 사람들에게 신앙의 매력을 보여준다.

둘째, 교회는 삶의 근본 질문을 탐색하는 공간이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죽음 이후엔 무엇이 있는가?’ 이와 같은 근본적인 인생 질문을 논할 수 있는 교회다. 이번 조사에서 75퍼센트의 교회 출석자들은 인생에 의미가 있다고 답한 반면, 비출석자들은 49퍼센트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미래에 대해서도 교회 출석자의 69퍼센트가 희망을 느낀다고 답했지만, 비출석자의 경우에는 46퍼센트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셋째, 교회는 소속감을 주는 곳이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교회에 다니는 18-24세 젊은이들의 63퍼센트는 그들의 교회와 이웃들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다양하고 진정성 있는 공동체 안에서 교제와 연결을 경험하고 있다. 반면, 교회에 다니지 않는 같은 연령대의 젊은이들 중에서는 25퍼센트만이 이웃에 대한 친밀감을 느낀다고 한다.

넷째, 교회는 더 큰 세계에 참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교인들은 자원봉사, 자선 기부, 푸드뱅크 후원 등에 더 많이 참여한다. 이들은 삶의 더 깊은 의미를 관전하는 자가 아니라, 의미에 참여하는 자가 되어 교회를 경험한다. 79퍼센트의 교회 출석자들이 이 세상에서 선한 변화를 일으키는 삶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섯째, 교회는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곳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특히 숨 가쁜 디지털 혁명 속에서 신앙은 우리의 삶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게 한다. 기도와 고요한 묵상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내면을 정돈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교회 출석자가 삶에서 불안과 좌절을 느끼는 비율(31%)이 비출석자(43%)에 비해서 유의미하게 낮게 나온 것은 신앙의 효능감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통계가 고무적이긴 하지만 교회가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낙관하는 것은 섣부르다. 교회 출석자의 증가가 진정한 신앙의 성장과 동일하지 않으며, 이민으로 인한 종교 지형의 변화가 복음적 기독교의 부흥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는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이전과 달리 남성들에게서 더욱 활발하고, 젊은 여성들은 오히려 이전에 비해 기독교 신앙으로부터 멀어지는 조짐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복음 전파와 신앙의 형성을 위한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영국 성서공회는 이러한 현상을 ‘조용한 부흥(Quiet Revival)'이라고 명명했다. 과거와 같은 거대한 대중 집회나 부흥사 중심의 운동이 아니라, 작고 조용하지만 실질적인 신앙 회복이라는 의미이다.

영국 교회의 조용한 부흥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를 제기한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급증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교회가 의미와 공동체, 그리고 섬김과 희망의 공간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교회에 대한 신뢰와 호감이 현저히 낮은 한국 사회에서 이 조용한 부흥의 조짐은 기독교 선교의 가능성을 일깨운다. 기독교 신앙의 매력은 기존의 종교적 관습과 규칙을 얼마나 엄격히 고수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의미가 실질적인 삶에서 얼마나 생동감 있는 변화를 일으키느냐에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기 때문이다(히 13:8). 세속적 자유주의와 인본주의의 물결이 거세지만 이러한 시대의 풍조는 인간에게 견고한 희망을 줄 수 없다. 자기 정체성과 권리 주장이 서로 경쟁하며 충돌할수록, 인간의 불안과 고립감은 더욱 깊어진다. 문제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의 몸 된 교회가 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발견하는 곳이라는 사명과 자신감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2,000년 기독교 역사 속에서 교회는 늘 쇠퇴와 성장을 반복해 왔다. 시대와 문화에 대한 겸손한 이해와 배움 속에서 복음의 깊이를 재발견하고 이웃 섬김에 헌신할 때, 교회의 쇠퇴와 세속주의의 범람은 더 이상 정해진 경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