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칼럼
| 제목 | 라브리의 증언: 프란시스 쉐퍼는 사라지지 않을 유산을 남겼다 | ||
| 분류 | 목회 | ||
| 작성자 | 전체관리자 | 작성일 | 2024-05-23 |
| 첨부파일 |
|
||
|
라브리의 증언: 프란시스 쉐퍼는 사라지지 않을 유산을 남겼다
by Dick Keyes 2024-05-23
프란시스 쉐퍼가 세상을 떠난 지 어언 사십 년이 지났지만, 교회와 이 세상에 그가 남긴 공헌은 여전히 살아서 우리 주변에 남아있다. 그의 유산은 무엇보다 저술과 녹음된 자료를 통해서 가장 분명하게 숨을 쉰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라브리 공동체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쉐퍼를 사용하셨고, 그의 사역을 축복하셨는지 오늘도 증명하고 있다.
쉐퍼와 아내 에디트는 1955년 스위스에서 라브리 공동체를 시작했다. 그 두 사람 외에는 라브리의 다른 누구도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러나 라브리 사역은 1984년 5월 15일 쉐퍼가 사망한 이후에도 계속 번창했고, 현재 아홉 나라에서 활동 중이다. 라브리라는 유산을 곰곰이 생각하면 두 가지 주제가 떠오른다. 하나는 쉐퍼의 신앙이 드러내는 영적 진실함(integrity), 그리고 하나님께서 라브리를 통해 그와 에디트를 이끄시며 드러낸 뚜렷한 사역의 형태이다.
프란시스 쉐퍼와의 만남은 내가 막 대학을 졸업한 1964년, 당시 그리스도인이 아니었던 나와 룸메이트가 우연히 라브리에서 그를 만났을 때로 돌아간다. 쉐퍼는 우리 둘에게 그가 수년간 하이킹을 즐기던 스위스 알프스에서 쉬는 날 함께 산책을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샌드위치를 들고 오전 10시에 그의 통나무집을 떠났다. 안개가 끼고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좋지 않은 시야 때문에 방향을 잘못 잡았고, 우리는 결국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정이 되어서야 론 계곡 아래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쉐퍼가 일대일 또는 우리 두 사람과 동시에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도를 보면서도 길을 잃었다는 등의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우리가 나눈 것은 대부분 진지한 대화였다. 그는 상대주의와 불가지론으로 씨름하고 있는 우리의 말을 경청했고, 또한 우리에게 할 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야, 이거 우리는 완전히 낯선 사람들인데, 그런데도 이 사람은 우리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짜 관심을 갖고 있네.’ 만약에 당신이 쉐퍼와 이야기를 나눈다면, 당신은 그가 온통 당신에게만 집중한다는 사실을 바로 알 것이다. 그날 나는 그의 영적 진실함을 본 것이다.
영적 진실성
“영적 진실함”이 영적 완전함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는 충만한 믿음을 실천하고자 하는 열망을 의미한다. 쉐퍼는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기만 한다면, 진정한 실재가 무엇인지를 성경이 알려준다는 깊은 확신을 품고 있었다. 성경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 우리 자신, 세상, 그리고 우리가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대한 지적인 확신이 있었다. 그는 특별한 헌신으로 그 가르침을 구현했을 뿐 아니라, 감정적인 차원에서도 그 확신을 깊이 느끼고 실천했다.
견고한 기초
그러나 쉐퍼가 항상 깊은 믿음을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겪은 궁극적인 변화를 1950년대 초반에 있었던 영적 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그때의 일은 True Spirituality 서문에 잘 기록되어 있다. 그는 자신의 삶과 미국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삶에서 용서, 사랑, 심각하게 부족한 기도 등을 포함해서 총체적인 실패를 목격했다. 그가 본 실패는 너무나 심각했고, 그 결과 자신이 믿었던 약속, 곧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서 당연히 일어나야 하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대한 약속이 참인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 결과 그는 기독교 신앙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전체적으로 재평가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사역을 계속할 수 없었다.
바로 그 시기부터 그는 기독교 진리에 대한 더 큰 확신과 현실에 대한 더 큰 경험을 가진 진정한 지도자로 탈바꿈했다. 그는 그리스도께서 완성하신 사역의 새로운 의미가 우리의 현재 경험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당시 겪었던 위기와 그 해결에 대해 이렇게 썼다. “내가 겪은 영적 위기가 라브리의 진정한 기반이 되었다. 역사적인 기독교의 대답을 가르치고 또 정직한 질문에 정직하게 답변하는 게 중요하다. 내 속에 있었던 치열한 영적 투쟁을 통해서 마침내 나는 현실을 보게 되었다. 영혼을 쪼개는 그 과정이 없었다면 결코 라브리와 같이 예리한 사역은 태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감 있는 의존
쉐퍼 부부가 라브리를 시작했을 때, 그들은 그것이 어디로 이끌지 몰랐지만, 기독교의 영적 현실을 실천으로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종종 이전에 알던 기독교에 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성경에 기도응답과 성령님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이 좀 빠지고 없었다고 해도, 우리가 신앙생활 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라브리를 시작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하나님이 선교 단체로부터 받는 재정 후원을 중단하고 모금이나 광고도 전혀 하지 말라고 부르셨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오로지 하나님께 모든 필요를 채워달라고 기도했다. 사역에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달라고, 또 다른 사람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하나님은 놀라운 방법으로 응답하셨다.
내가 처음 라브리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은 알프스 하이킹 경험이 전부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쉐퍼 부부의 모습이었다. 말 그대로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들은 현실 세계에서 물질적 필수품을 얻는 정상적인 인간적 방법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식탁에는 항상 좋은 음식이 있었다. 그들이 보여준 진실함은 나로 하여금 그들의 믿음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고, 나중에는 내가 그리스도를 구주로 받아들이도록 도전했다. 라브리는 신앙의 진실함이라는 약속을 저버린 적이 없다. 그렇기에 내가 라브리에서 일한 지난 수십 년 라브리는 끊임없이 내 신앙에 도전이 되었다.
영적 진실함은 우리가 시작하거나 기존의 일하는 조직과의 관계도 포함한다. 쉐퍼는 정기적으로 하나님께 라브리를 축복하고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라브리가 성령님의 도움이 없이도 돌아갈 정도로 잘 조직되고 자금이 풍부한 상태가 되는 일이 없도록,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상황을 하나님이 막아달라고 기도했다. 조직의 생존과 성장은 소중한 것이지만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라브리의 뚜렷한 형태
쉐퍼 부부는 라브리의 사역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함께 살면서 하나님의 진리에 대해 소통하기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문을 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께서는 유연성이라는 특징을 계속 유지하도록 라브리의 하부 조직까지 인도하셨다.
우리는 아직도 라브리에 오는 사람을 ‘학생’이라고 부른다. 최소한 18세 이상이어야 하지만 나이에 상한선은 없다. 연령대가 다양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오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대학원 학위를 가진 사람도 있다. 그들은 짧게는 며칠에서 몇 달씩 머무른다.
학생들은 다양한 희망, 두려움, 불만, 관심, 헌신, 질문, 욕구를 가지고 라브리를 찾는다. 각 학생에게는 하루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 학습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라브리 직원 또는 “직원”인 교사가 있다. 기독교 신앙은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넓다. 학습 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우리는 대부분의 자료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라브리 학생들은 하루의 나머지 절반을 함께 일하며 식사 준비, 관리, 청소, 정원 가꾸기, 세탁, 잔디 깎기, 장작 쪼개기, 운반하기 등 지역 사회의 유지에 필요한 일을 함께 한다. 누구나 맡은 일을 완수해야 하며, 그렇게 할 때 공동체 의식이 강화된다.
우리는 보통 직원의 집에서 함께 식사한다. 라브리 초기처럼 모든 것이 공정한 공개 토론을 강조한다. 좋은 토론이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식사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어떤 식사 자리에서나 대부분이 그리스도인이지만, 아닌 이들도 일부 있고, 자신이 무엇을 믿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모두를 환영한다. 우리는 의심, 어려움, 불일치에 대한 솔직함을 장려한다.
계속되는 강점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라브리의 환경을 사용하여 많은 나라의 새로운 세대에게 다가가고 계신다.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존중하는 주거 기독교 학습 공동체에는 영적인 힘이 있다. 진리를 찾는 사람들, 거기에 필요한 시간, 공간, 지도가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우리는 시간을 보낸다. 환대의 공동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깊은 질문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자비로 신앙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제공한다.
라브리(L'Abri)는 프랑스어로 쉼터를 뜻한다. ‘쉼터’라는 단어는 때때로 외부에 있는 크고 위협적인 세상으로부터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작고 안전한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작년에 각지의 라브리 공동체를 거쳐 간 수백 명의 남성과 여성 중 단 두 명만 언급하겠다. 사우스버로우에 온 그들은 각각 세속적인 학문 세계 그리고 기업 세계의 편협한 규칙과 가치가 가져다준 제한된 정체성 때문에 고통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라브리 경험은 그들을 ‘쉼터’라는 개념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끌었다.
두 사람 다 라브리 체류가 그들의 믿음의 기초를 다졌다고 말했다. 확장된 정체성을 가짐으로 그들에게는 이제 인간성을 위한 여지가 생겼으며,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 존재하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는 많은 학생이 호전성과 소심함이라는 거짓 피난처를 피하면서도 얼마든지 겸손과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적인 세상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불신과 외로움이 만연한 사회에서 라브리는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키우고 사람들 사이에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세워가고 있다. 라브리는 지금도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사역하고 있다. 비록 쉐퍼가 죽은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의 유산은 여전히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 숨쉰다.
출처: Testimony from L’Abri: Francis Schaeffer Left an Enduring Legacy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