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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어느 길거리 마술사에게서 본 교회 성장의 비결
분류 교회
작성자 전체관리자 작성일 2024-07-10
첨부파일
어느 길거리 마술사에게서 본 교회 성장의 비결
by 이춘성 2024-07-08

정말 흥미롭게 최근 보고 있는 텔레비전 쇼가 있다. 전 세계의 정상급 마술사들이 참여하는 경연 프로그램 “더 매직 스타”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이렇게 대단한 젊은 마술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 6월 29일 토요일 방송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한 일본의 길거리 마술사 이와사키 케이치는 수수한 외모와 평범한 옷차림, 일상적인 소재로 마술을 펼치며 단 1초도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어떤 평가자는 이전에 보여준 마술과 다르지 않다며 혹평을 하기도 했지만, 평가단의 유일한 마술사이자 세계 최고의 마술사로 평가받는 루이스 드마투스는 이와사키의 마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당신의 빅팬입니다. 첫 번째로, 당신의 마술은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납니다. 또 중요한 점은 마술이란 극장에서보다 거리에서 할 때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극장에서는 관객이 중간에 떠나지 않지만, 거리에서는 1초라도 주의를 끌지 못하면 사람들이 떠나버립니다. 당신이 오늘 보여준 것은 정말 뛰어난 길거리 마술사의 실력이었고, 당신의 대단한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이번 경연에 나온 마술사들은 모두 극장에서 공연하는 마술사였지만, 유일하게 이와사키만이 전 세계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길거리에서 마술을 펼치는 길거리 마술사였다. 루이스는 성숙한 마술사의 시선으로 길거리 마술이 얼마나 어려운 장르인지 알고 있었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이유로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잠시 멈추게 하고, 그 자리에서 펼쳐지는 마술이 그들이 이 길을 지나는 목적이 되게 만드는 능력. 이것은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와사키의 마술에 감동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초기 교회의 성장에 관한 연구와 글을 쓰면서, 초기 교회는 마치 길거리 마술사처럼 길거리 마술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흥미를 보이지 않던 신생 종교, 모일 장소도 없고, 어떤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이점도 없는 종교, 그리고 십자가에 처형당한 스스로 신이라 주장하는 유대인 청년을 믿는 종교 등. 이것이 초기 교회가 길거리 시민들의 시선 속에서 마주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았던 종교가 기독교였다. 

 

실제로 초기 전도자들은 거리의 마술사인 이와사키와 같이 길거리에서 설교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믿는 기독교 신앙이 진리라는 사실을 시장과 직장, 집을 오가는 길거리에서 삶으로 증명해야 했다. 마치 길거리 마술처럼 단 한 번의 실수에도, 사람들은 원형 경기장이나 으리으리한 신전으로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들의 발길을 옮겼을 것이다. 아니면 도시 중앙 광장에 있는 교육받은 철학자들의 가르침을 들으러 떠나버렸을 것이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이 초기 교회의 전도자들 앞에서 이들이 하는 말을 들었을까? 아마도 초기 교회와 신자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세우고, 그들의 목적지를 바꾸도록 하는 놀라운 집중력과 기적을 일으켰을 것이다. 마치 길거리 마술사처럼 말이다. 이러한 초기 교회 성도들의 능력이 무엇이었는지 교회사가 하르낙(Adolf Harnack)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복음은 사회적 메시지가 되었다. 설교는 육체에 속한 사람(the outer man)을 사로잡았고, 이들을 세상에서 분리했으며 하나님과 연합시켰다. 이 설교의 내용은 연대와 형제애에 대한 것이었다. 복음이 진정으로 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이다. 이러한 상호 연합을 지향하는 경향성은 역사의 우연적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기독교의 본질적인 성질이다.[1]

 

하르낙은 그의 책에서 초기 교회 성장의 세 가지 원인을 꼽는다. 첫째, 하르낙은 기독교 선교사들의 메시지가 기독교의 합리성과 초월성, 인종을 뛰어넘는 인간 보편적 가치를 강조했다고 본다. 기독교의 가르침은 특정 민족이나 문화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 가치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에서 수용될 수 있었다. 이러한 보편성은 기독교가 지역적 한계를 넘어 널리 퍼져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다.[2]

 

둘째, 하르낙은 기독교의 사랑과 자선의 메시지가 초기 교회의 핵심 요소였으며, 이는 예수가 사도들과 제자들에게 가르친 주요 교리였다고 강조한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사랑과 자비를 기독교 신앙의 본질로 이해하고 실천하였으며, 이는 사회 변혁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독교의 사랑과 자비의 실천은 단지 개인 구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기독교가 사회 변혁의 종교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바지하였다.[3]

 

셋째, 하르낙은 이러한 기독교의 사회적 메시지가 기독교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인들의 사랑과 자선이 그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으며, 이를 통해 기독교는 더욱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사회적 실천과 메시지는 기독교의 도덕적 우월성을 보여주었고, 이는 기독교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4]

 

하르낙의 초기 교회 성장에 관한 연구는 세속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갈 길을 헤매는 오늘날 우리 교회에 여러 시사점을 준다. 1980년대에서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교회 성장에는 여러 공식이 존재했다. 셀 교회, 가정 교회, 전원 교회, 제자 훈련, 자연적 교회 성장, 알파코스, 경배와 찬양, 전도 폭발, 고구마 전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들이 한국 교회에 소개되었다. 이러한 방법들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도 세속화의 힘이 거세지 않았던 이 시기에는 교회 성장이 여전히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론들이 지금도 통한다고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여러 교회에서 이러한 훈련과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지만, 이제는 전체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교회 성장 방법론이라고 주장할 만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각자의 상황 속에서 분투하면서 게릴라 전투에서 간헐적으로 승리했다는 소식만 접할 뿐이다. 이러한 소식도 단비와 같아서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은 갈급함으로 찾아 나서지만, 이내 절망에 부딪힌다.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본질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것이 바로 초대 교회의 전도가 아니겠는가?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강력한 집중력, 그것은 평범한 길거리 마술사의 모습 속에 답이 있다. 일상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소재, 예를 들면 종이, 볼펜, 동전, 낡은 지폐, 물, 컵, 물병 등이 길거리 마술사의 마술 도구이다. 이 도구들은 관객들의 평범한 삶 가운데 들어가 사소하고 평범한 물건들에서 마술을 꿈꾸게 만든다. 길거리 마술사는 거리의 사람들이 쓰는 평범한 단어와 사투리로 그들 가운데 들어가 소통하기 시작한다. 마술은 일상의 언어가 되어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매직으로 변화시킨다.

 

초기 그리스도인들도 신전이 아니라 거리에서 사람들과 마주했다. 사람들은 평범한 일에 초월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한 남자와 아내에게 성실한 것을 신의 소명으로 만들었다. 또한 그들의 일상의 대화 속에서 거룩을 꿈꾸게 하였다. 그렇게 그리스도 예수의 이름으로 두세 사람이 모인 곳을 제우스 신의 신전보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땅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초기 기독교가 보여준 길거리 영성이었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마태복음 18:20)   

 

 

1. Adolf Harnack, The mission and expansion of Christianity in the first three centuries (London: Williams and Norgate, 1908), 149. 

2. Ibid.

3. Ibid.

4. Ib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