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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제목 | 우울하고 불안한 그리스도인들에게 | ||
| 분류 | 서평 | ||
| 작성자 | 전체관리자 | 작성일 | 2024-0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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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성도들을 위한 경이로운 처방전우울증이란 무엇일까?
재작년 안식년으로 한국에 와 있었을 때 갑상선 검사에서 나타난 이상징후는 나를 끝까지 따라 다는 듯하다. 담당의사는 6개월 내로 꼭 오셔서 재검진 받으세요 라고 했지만 난 1년 만에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절의 크기는 커져 있었고 암의 징후도 보이고 있었다. 초음파와 조직검사를 거듭한 후 기다리는 동안 나의 불안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만약 암이라면 지금 한국의 이 의료사태로 인해 나는 곧장 치료받을 수 있을까? 난 어서 선교지로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남편도 홀로 그 땅에 남아있다. 가서 할 일은 많고 한국에서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고 갔다가 다시 올 만한 거리의 위치도 아니다. 밤에 잠들만 하면 « 어휴 사이즈가 많이 커졌네요 » 하는 의사의 말이 귓전에 쟁쟁거려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작은 이유로 이렇게 큰 불안과 우울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아마도 나의 생애엔 불안을 야기한 많은 어려움을 꾹꾹 누르고 켜켜이 쌓아만 왔는지 모르겠다. 마음의 밑바닥 속에 숨어있다가 약간의 불만과 절망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에 확산이 되어버리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스도인도 불안과 우울을 겪는다. 내 이야기이다. 바로 저번주까지 설교단에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관하여 설교하며 말씀의 큰 역사를 경험한 것도 사실이지만 나의 삶의 자리에서 나 또한 나의 몸과 영혼에 일으킨 장애에 대하여 매일을 싸워 나가야 하는 한 사람의 성도인 것이다.
리처드 백스터의 우울증에 대한 정의와 지침에 대한 경이로움
영혼의 의사라 불리우는 리처드 백스터의 삶과 목회에 대한 제임스 패커의 소개는 우리시대 모든 사역자들의 마음에 그렇게 살아가고 사역하고 픈 마음을 충분히 불러 일으킨다. 백스터가 정의한 목회자의 두 가지 역할은 첫째 성경적 가르침과 체계적인 교리 교육을 통해 진리를 가르치는 교사이자 멘토이고 또 하나는 영적 건강 전문가로서의 역할이다. 오늘날 자칫 목회자들이 교회 성장을 위한 리더의 역할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순백의 성경적 생각을 담고 있다고 본다.
오늘날에도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병리학적으로 보고 의사의 치료가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하며 신앙 공동체에서 공공연하게 밝힐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아직도 정신의학과 약봉투에는 ‘정신과’라는 단어가 쓰여 있지 않다. 하물며 정신질환 자체가 부정되고 그 질환의 증상은 죄나 사탄, 또는 그 하수인들의 활동이라 여겨졌던 시대를 살아갔던 한 목회자가 우울증에 대한 원인을 상세히 내리고 징후들을 설명하였으며 스물 한가지나 되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내리는 지침들을 기술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는 이 질환이 가지는 특징들에 대하여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걸린 질환이 그 자체로 죄의 결과가 아니며 정신 질환으로 인해 섬망과 우울등의 증상을 가질 때 경건의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기술한 것은 오늘날의 목회의 현장에서도 실질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지침으로 보인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정신 질환을 가진 지체들이 발붙이기 어려운 이유는 그 질환이 믿음이 없어서 라는 인식이며 더욱 말씀을 읽거나 기도해야 할 문제라고 보는 풍조가 아닐까 염려해 본다.
목회적 돌봄과 정신 의학적 돌봄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가?
아마도 현대 정신과 상담에서 내담자의 지금의 증상을 발휘하게 만든 깊은 생각들과 행동의 동인들 그리고 과거에 묻혀 있었던 트라우마들을 치료하기 위해 훌륭한 의학적 기법의 상담의 기술들이 동원될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 의사라면 결국 이 환자가 마주해야 할 마음의 죄악된 생각에 다가가야 함도 분명하다. 한 사람이 온전케 되는 것은 이처럼 정신과적인 질환을 해결하고 거기에 총체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영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헤쳐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백스터는 많은 지침들 중에 우리 자신이 너무 사랑한 것이 정죄의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자기 탐닉에 빠진 사람들은 그런 생각들로 삶이 힘겹고 기쁨과 감사로부터 멀어진 생활을 하게 된다.
우리가 또한 진심으로 알고 싶어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정신질환과 귀신 들림의 관한 문제이다. 백스터는 사탄이 영혼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하여 부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뇌에 영향을 주고 사람들의 감각과 이해력을 빼앗고 우울증이라는 생리적 기반위에 역사할 수 있음을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허용 범위 안에서만 일어나고 의인들도 당할 수 있는 일임을 명시하고 있다.
끝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마이클 런디 박사의 말을 빌려 쓰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그는 백스터가 우울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만병 통치약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고통을 삶에 내재된 것으로 여겼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 주변, 더군다나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정신 질환으로 고통 당하는 신자들을 우리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그들 모두 이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목회적, 정신 의학적 돌봄을 잘 받음으로 선하시고 위대한 하나님의 능력과 공동체의 사랑을 마음껏 만끽하기를 소망해 본다. 하나님과 이웃 사랑이라는 이 위대한 계명의 실천이 오늘날 우울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임하길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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