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에게 작가 게리 토마스는 혼란스러운 결혼생활 속에서 언제나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다아직 결혼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크고 작은 위기 앞에서 게리 토마스의 모든 책들이 우리의 앞 길을 밝혀주었다그는 마치 추운 겨울날 조난당한 우리 부부에게 나침반을 쥐어주고따뜻한 쉼터로 인도해 주어 그다음에 가야 할 길을 인도해 주는 목자 같은 존재였다팀 켈러의 <결혼을 말하다>가 결혼생활의 성경 같은 책이라면게리 토마스의 책들은 실전 지침서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게리 토마스의 신작이 나왔다한국어 제목은 <단단한 결혼>이지만원 제목은 <Making your marriage a fortress: Strengthening your marriage to withstand life’s storms>, ‘크고 작은 폭풍 속에서도 든든한 요새로 결혼생활을 지켜내는 방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이번 책은 그야말로 위기에 직면한 부부들을 위한 지침서다게리 토마스는 위기와 폭풍이 없는 결혼은 없다라고 단언한다지금까지의 결혼 생활에 위기와 폭풍이 없었다면그건 아직 위기와 폭풍을 맞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 시기는 반드시 온다그리고 지금 위기와 폭풍 속에 있더라도 이 폭풍이 잦아든다고 해서 다음 위기와 폭풍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어쩌면 당연한 말이다죄로 물든 세상에서 죄성이 가득한 사람 둘이 만나 살아갈 때부부 각자의 문제 혹은 세상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우리는 문제를 반드시 직면할 수밖에 없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위기에 직면하지 않은 부부에게는 예방 주사가 되며폭풍을 지나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든든한 위로와 힘이 되고이미 큰 어려움을 겪었던 부부에게는 고통스러운 그들의 과거가 은혜의 빛으로 재해석되어 다른 고통당한 이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관점을 준다.

이 책은 매우 실제적이다수많은 결혼생활 중에 직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기의 종류를 제시하면서 그런 문제를 직면해 나간 부부들의 최대한 많은 사례를 들려준다그가 제시한 대표적인 위기 상황은 배우자의 투병배우자와의 물리적 거리가 생길 때과도하게 바쁜 생활리비도의 차이재정 문제중독자녀의 죽음 등이다목차를 살펴보고 원한다면 본인에게 필요한 주제를 먼저 읽어봐도 무방해 보인다또 크리스천 부부를 위한 안내서이기도 하지만 여러 상황에서 관계를 어떻게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을지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도 일반적인 진리를 전달해 주는 차원에서 유익할 것 같다게리 토마스는 신앙도 문제를 늘 없애주지는 않는다며 실제적인 관계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신앙이 없어도 된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그는 이 책이 우리가 그리스도께로또 서로에게로 더 가까이 이끌려 가도록 돕는 자신의 섬김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부부관계가 형통하고삶의 폭풍 속에서 피난처가 되며다른 많은 사람에게 감화를 끼치기를” 바라는 그의 간절한 소원이 이 책에 꾹꾹 눌러 담겨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다우리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우리의 힘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또 나와 배우자가 각자 가진 흠은 있지만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새롭게 시작할 만큼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게리 토마스는 많은 사람이 결혼생활에 들어설 때 이미 과거의 상처로 인해 절뚝이고 있으며, “출발선에 서기도 전부터 우리는 망가져 있다라고 단언한다우리는 우리를 과신했다결혼하기 전까지 내가 겪어 온 일들이 새롭게 들어설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상대 배우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감지하기란 어려웠다그래서 우리는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겨날 때마다 결혼생활 이전의 삶을 다시 돌아보며 청산할 것들을 청산해야 했고하나님이 제정하신 결혼은 무엇이며 이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처음부터 다시 배우려 했다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을 때가 당연히 더 많았고그때마다 결혼의 창시자인 주님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까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삶의 태도나 사고방식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는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것 같다게리 토마스는 부부관계의 친밀함을 그나마 현상 유지라도 하려면 의지적으로 전진해야 한다.”, “우리는 기술을 갖춘 부부인가?”라는 질문이 우리는 성격이 잘 맞나?”를 따지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결혼생활에 닥치는 불시의 공격은 불시가 빠지면 언제든 대비할 수 있고그 대비책은 이 책에서 지속하여 말하는 결혼생활의 요새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그가 제시하는 관계 기술은 경청공감겸손정 붙이기갈등 해결성적 친밀함 등이 있다사탄은 우리가 가장 소홀히 하는 부분에서 공격할 가능성이 제일 크기 때문에 성령의 음성을 들으며 이런 기술을 부지런히 익혀 나가라고 권고한다.

앞서 언급했듯결혼생활의 실전 지침서 같다고 여겨지게 만드는 지점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너무 신앙의 정석 안에서 교리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내가 처한 관계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제안이 풍성하다예를 들어너무 바쁜 일상 때문에 부부관계가 소홀해질 때 매주 점검시간을 정해 그 시간만큼은 서로에게 가장 큰 우선순위를 두며 관계를 돌아보라는 지침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 같다서로 오래 떨어져 있을 때 상대에게 원하는 기대치를 표현해야 부부관계의 늪지대를 없앨 수 있다는 조언이나하루 중의 최고와 최저에 집중해 대화하면 짧은 시간이라도 대화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등은 탁월한 지혜로 다가왔다나와 남편의 관계에서 나는 보통 말을 세세하게 많이 하는 편이라면남편은 주로 내 말을 들어주거나 정서적으로 다채롭지 않은 편인데 이런 대화법을 적용해 본다면 나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며 남편에게 공감을 요구하지 않게 될 것이고남편도 그의 하루에 정서적 색채를 덧입혀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의 내용이 너무나 실천적이라 혹자는 이 책이 너무 인간의 노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닐까 우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 책은 기독교 교리에서 벗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우리가 언제나 성령의 음성을 들으며 결혼생활을 해 나가야 한다는 전제를 깊이 깔고 있다게리 토마스는 부부가 하나님과 소통하는 것이 그의 집필의 주안점이라고 분명히 밝힌다하나님과 단절되어 있으면 무기력해지고그 감정의 공허를 배우자를 통해 채우려 하지만 그것은 헛된 웅덩이를 파는 것과 같다. (이전 리뷰인 <영적 가면을 벗어라>의 주요 주제이기도 하다.) 하나님과의 영적 소통으로 사랑을 받아야 우리는 그 사랑으로 배우자를 사랑할 수 있다게리 토마스는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는 말씀을 부부의 소통에 필수적인 축으로 삼는다남성이 우월한 가부장 문화도 아니고여성이 해방되어야만 한다는 주장도 아니다그는 부부가 함께 하나님께 순종하며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부부관계의 가장 든든한 요새라고 말한다. “서로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하나님과 더 가까이 동행할 때 부부관계는 정점에 달한다그분과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더 사랑하게 되고 서로 사랑할수록 하나님을 더 의지하게 되니 그야말로 믿음의 아름다운 선순환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뻔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그러나 그런 뻔한 말이 정말 그렇구나그렇게 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그런 그 일을 게리 토마스는 설득력 있게 해낸다그의 가르침과 조언이 목사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직접 겪은 그의 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특히성적인 부분을 다룬 내용들은 한국 기독교 대중서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실제적인 이야기와 조언으로 가득한데 그만큼 우리나라에서의 기독교 성 문화에 대한 담론이 미국에서만큼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서로 다른 성욕의 차이외도중독 등 부부관계에서 중요하지만 쉬쉬하게 되는 주제도 복음의 관점으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거침없이 다루고 있다.

지금도 부부관계나 가정 안에서 각자의 문제로 씨름하고 있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그 문제가 어떠하든이 책이 그들의 결혼생활을 든든한 요새로 만들어 가는 데에 필수적인 지침이 되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게리 토마스가 계속 다듬어야 할 중요한 관계 기술로 제시한 것들을 꾸준히 연마해 나가며 늘 공격에 대비하는 현명한 부부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