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nnifer Ehle; Unsplash/Lightstock/towfiqu barbhu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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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매년 중요한 신학 이야기의 연례 리포트를 편찬한 이래 기독교는 서구 전역에서 후퇴를 거듭해 왔다. 희망의 빛이 조금이라도 보였던 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전망은 언제나 어두웠다. 그건 어쩌면 기독교에 부정적 편향을 지닌 뉴스 때문일 수도 있다. 경제 불황과 세계적 팬데믹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불안 세대를 낳은 유비쿼터스의 스마트폰 세상도 거기에 크게 한몫했다.

그런데 16년 만에 처음으로 무언가가 바뀐 것 같다. 하지만 조력 자살과 낙태 수용의 증가에서 보듯, 눈에 띄는 새로운 분위기가 항상 기독교적인 것만은 아니다. 꼭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지도 아니다. 또한 정치적인 것도 아니다. 이건 마치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문이 열리면서 기독교 참여와 전도의 길이 생기는 거 같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 작년, ‘2023년 나의 신학 10대 뉴스’에 나는 2023년 10월 7일을 전환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의 정당화를 거부한 대중에게 "정체성 통합(identity synthesis)"이라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4년 말, 이번에는 미시간 대학에서 교수를 채용할 때 이제 더 이상 다양성(DEI) 성명을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성명 요구 때문에 그동안 많은 기독교 학자들이 교수로 채용되지 못했다.

• 오랜 시간에 걸친 상대주의 시대가 지나고 마침내 다시금 선과 악의 구분이 시작되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다른 지역에서 이란의 대리인들과 전쟁을 벌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무너뜨리고, 반군이 시리아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 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서 세계 대전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하는 와중에서 우리는 적절한 행동 방침을 논의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도덕성은 현실로 복귀했다.

•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J. K. 롤링은 정통 그리스도인을 표적으로 삼는 스코틀랜드의 새로운 혐오범죄처벌법에 저항함으로 트랜스젠더의 주문(呪文)을 끊어냈다.

• 기독교 신앙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는 회의주의를 지닌 레거시 주류 미디어는 재앙과도 같은 여름 대선 토론 이후에도 조 바이든이 대선에서 물러나지 않도록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공적 담론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고, UFO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다르게 모든 주제에 있어서 수천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팟캐스트에 의해서 대체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예를 들어 세속적인 스웨덴의 경우에, 젊은 세대가 교회에 몰려드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지금 말하는 교회에 긍정적인 추세가 미국 복음주의자들(그리고 트럼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그 어떤 공화당 후보보다도 다양한 소수 민족의 지지를 받았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한 번 더 선출되도록 한 선거의 주요 원인이나 결과라고도 생각하지 않다. 이건 단지 일종의 분위기일 수도 있다. 기독교는 워낙 서양 문화에 반대하는 반항적인 이미지였고, 그게 1960년대와 비슷한 격동적인 시기 이후 처음으로 조금이나마 멋지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일종의 반발 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2008년이었다면 기독교를 비난할 거라 예상했던 반항적이고 반제도적인 목소리까지도 이제는 복음과 삶에 대한 의미를 놓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데 개방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2024년은 많은 놀라움을 가져다준 해이다. 그 중에 일부는 교회에 기쁜 소식이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어떻게 받아들이건, 우리의 소명에는 변함이 없다. "말씀을 전파하라. 때가 되든 안 되든 준비하고, 온전한 인내와 가르침으로 책망하고 꾸짖고 권하라"(딤후 4:2). 결코 모든 사람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님의 뜻이라면, 적대감을 계속 품는 사람과 관계없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향해 마음을 열 것이다. "우리는, 구원을 얻는 사람들 가운데서나, 멸망을 당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나, 하나님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고후 2:15-16).

문화의 바람이 어디로 불건, 주님으로 인해 우리는 "굳건하고 흔들리지 않는다"(고전 15:58). 그러니 이 연례 리포트를 읽으면서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나는 올해에 있었던 가장 중요한 신학 이야기를 선별하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The Gospel Coalition의 고백적 성명을 지지하는 미국인의 관점에서 글을 쓴다. 나라마다 목록이 다르겠지만, 복음이 열매를 맺고 믿는 이가 증가할 때마다 우리는 함께 감사를 드린다(골 1:6).

10. 성경책 판매량이 급증하다

미국의 선거 불안과 틈새시장 마케팅만으로는 2024년 성경 판매량의 22퍼센트 증가를 설명할 수 없다. 가장 고무적인 사실은 단지 기존 그리스도인들이 수집용으로 더 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초보 구매자라면 뛰어난 내레이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통해 성경을 접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또한 주목할 점은 ESV(English Standard Version)가 10월에 번역서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1위를 차지한 사실이다.

9. 인구붕괴가 논쟁을 일으키다

전 세계에 걸친 급격한 출산율의 감소는 이제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2024년의 문명 붕괴(1300년대 흑사병 이후 가장 큰 인구 변화)는 마침내 광범위한 논의의 주제가 되었다. 부통령 당선인 JD 밴스와 그의 어린 가족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힘들어진 육아 현실을 목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혼과 자녀 양육을 저해하는 개인주의가 초래한 현대의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교회가 직면한 과제는 젊은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제자로 만드는 독신 신학의 개발과 동시에 자녀를 낳지 않는 현대의 흐름에 맞서는 것이다.

8. 주류 교회의 쇠퇴가 남반구 리더십의 필요성을 키우다

연합감리교회(UMC) 탈퇴 마감일은 2023년 12월 31일이었다. 그리고 2024년에 이 주류 교단이 동성 결혼을 긍정하는 다른 교단과의 합류로 치른 대가가 드러났다. 전체의 26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8,000개의 UMC 교회가 새로 형성된 글로벌 감리교회(Global Methodist Church)로 떠나거나 문을 닫았다. 글로벌 성공회 공동체의 추가 분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캔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 역시 성적 학대 은폐에 가담한 혐의로 사임하기 직전, 성공회가 유지하던 성에 대한 정통 입장을 포기했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제4차 로잔 대회는 지난 50년 이상 주로 서방에 집중되어 있던 글로벌 교회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정통적 기독교 신앙에 더해서 출산율까지 계속 증가하는 동아프리카 지역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용이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7. 조력 자살이 영국에서 빠르게 진전되다

영국이 과연 다른 유럽 국가와 미국의 몇몇 주가 허용하는 조력 자살을 허용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의회가 캐나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조력 자살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지는 않다. 캐나다에서는 2022년까지 사망자의 4퍼센트 이상이 의사의 도움을 받았다. 개인의 자율성과 죽을 권리에 대한 수많은 토론이 있었다. 앤디 크라우치 는 조력 자실을 옹호하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수사의 허를 찔렀다. “한 15분 정도는 ‘내게는 죽을 권리(right)가 있다’라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꼭 죽어야만 한다는 의무(obligation)’를 느낄 것이다. 그러니까 고작해서 15분이 지나고 당신이 맞는 현실은 이제 (더 큰 선을 위해) ‘반드시 죽어야만 한다는 요구(required)’이다.” 현대 서구 사회는 더 큰 문제에 당면해 있다. 아니, 인간이 다른 생물과 다르지 않다면 굳이 왜 살아야 하는가?

6. 공화당이 낙태 찬성을 택하다

배아를 아동으로 간주하기로 한 앨라배마 대법원의 놀라운 결정에 대한 대중의 반대는 공화당으로 하여금 낙태 반대를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이건 사실 2022년 돕스(Dobbs) 판결 이후로 충분히 예상된 결과이다. 최근 들어 외과적 낙태가 증가하고 민주당의 극단주의가 증가하는 가운데에서도 낙태 반대 활동가들은 11월에 몇 가지 제한 사항을 만들어냈다.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의 기존 입장을 바꾸고 낙태 찬성파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낙태 관행 및 정책을 감독하는 부서) 장관으로 지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낙태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공개적인 비난을 대부분 피해갔다. 이제 교회는 낙태 때문에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점점 더 많아질 여자들을 상담할 준비를 해야 한다.

5. 신학생 감소 추세 속에서 신학교가 고군분투하다

인구 감소와 밀레니엄 세대의 교인 감소는 오랫동안 신학교를 불안하게 했다. 지난 10년 동안 인종과 성적 지향과 관련된 추가 압력은 신학생 모집을 동문 추천에 크게 의존하는 대형 복음주의 신학교에게는 더 큰 문제가 되었다. 고든-콘웰 신학대학은 부동산 매각 수익 덕분에 캠퍼스 내 교육에 다시 전념할 수 있었다.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의 총장은 학교 지도자들이 복음 자유 교회(Evangelical Free Church)와의 기존 관계를 다시 확인함에 따라서 사임했다. 재정적 역풍에 직면한 풀러 신학대학은 기존의 성적 지향 기준을 재고해서 아예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풀러 교수인 크리스토퍼 헤이스는 아버지 리처드(듀크 신학대학에서 은퇴)와 공저로 하나님이 성에 관해서 마음을 바꾸었다고 주장하는 책까지 썼다. 한편, 역사적 정통성을 고수하는 남부 침례교 신학교에서는 지속적으로 입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4.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방을 앞둔 파리가 탈 기독교 뷔페를 과시하다

분열로 상징되는 소셜 미디어에서 진정한 바이럴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이벤트는 거의 없다. 파리 올림픽은 우리에게 두 가지 사실을 보여주었다. 알제리 권투 선수 이마네 켈리프는 인원이 부족한 여성 경기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차지해 모든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개막 행사는 수많은 논란과 함께 더욱 뜨거운 반박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과거는 허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미래의 비전까지는 조금도 제시하지 못하는 타락한 서구 문화가 보내는 최신 신호이다. 그러나 이런 식이 조롱은 적어도 프랑스가 여전히 종교를 중시한다는 것, 기독교에 관한 모든 기억은 잃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프랑스가 정말로 종교에 무관심하고 아예 다 잊고 싶었다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불길에 사라졌을 수도 있을 노트르담 성당을 불과 5년 만에 다시 재건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3. 카스 리뷰가 트랜스젠더 치료의 진실을 말하다

나는 한 문화 평론가에게 힐러리 카스(Hilary Cass)가 영국에서 주도한 보고서, "트랜스젠더 건강 분야에서 수행된 가장 광범위한 리뷰"가 왜 미국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않는지를 물었다. 거기에 대한 간단한 답은 다음과 같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의 병원과 의사들이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성전환 치료로 많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번 달에 미국 대법원은 미성년자에 대한 일부 시술을 금지한 테네시 주의 판결에 반대하는 안과 관련한 검토를 시작했고 6월에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성전환과 관련된 위험에 눈을 뜬 학부모가 성전환 수술에 눈을 감는 관리자와 교사가 있는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으려는 추세가 커질 전망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법정 소송도 늘어날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은 신학적 인류학을 연구하고 가르침으로써 이런 상황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2. Z세대가 영적 부흥의 신호를 보여주다

2016년경에 젊은 여성들은 낙태, 탈 교회 뿐 아니라 증가하는 성별 격차를 메우라는 교회에 대한 도전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해 보다 진보적인 견해를 취하기 시작했다. 2024년 여론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더 종교적으로 조사되었다. 아니, 최소한 Z세대에서는 그랬다. 교회가 만연한 성별 혼란으로부터 피난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14,000명이 넘는 젊은 성인이 Cross Con(역자 주: 2024년 존 파이퍼 등이 주최한 젊은이 복음 집회)에 등록했다는 사실을 보라. 대학 캠퍼스에도 대규모 세례식이 일어나고 저명한 기독교 간증과 함께 부흥의 웅성거림을 느낄 수 있다. Z세대는 팬데믹으로 인한 폐쇄와 그에 따른 많은 정신 치료(therapy influencers)를 겪었다. 따라서 교리 교육과 영적 형성을 통해 회복력을 키우려는 교회의 노력이 그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1.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다

11월에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을 탈환했다. 7월에 있었던 암살 시도를 생각하면 “만약에”라는 질문이 절로 떠오른다. 하나님이 그를 살려둔 건 그로 하여금 과연 선을 행하도록 하기 위함일까? 다른 모든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가 선한 행실이 아니라 오로지 악한 행실에만 공포가 되기를 기도한다(롬 13:3). 주님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친구와 감사를 드리라. 임금들과 모든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경건하고 품위 있게 모든 면에서 평화롭고 조용한 생활을 하게 하려 함이라”(딤전 2:1-2) 말씀하신다. 섭리의 신학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선과 억제하신 악에 대해 모두 다 감사하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는 축복이든 심판이든 즉시 결과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아니, 심지어 삶 전체를 통해서조차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하나님의 섭리가 가르쳐주는 사실이다.

출처: My Top 10 Theology Stories of 2024